[세계속의 IT코리아]일본-디지털 한국, 후지산 정복이 보인다
이동통신의 진화, WiBro 서비스 기술
도요다와 나고야성의 도시 나고야. 나고야는 두 얼굴의 도시이다.
17세기 초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축조한 나고야성이 우뚝 버티고 선, 대영주의 전통과 영화가 숨쉬는 도시이면서 세계 최첨단 기업 도요다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2차대전 중 군수물자 생산 기지로 중화학공업이 발달해 왔으며 동시에 메이지유신 이전부터 이어져온 도자기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 도자기 산업의 전통은 오늘날 연 시장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나고야 세라믹 산업의 원천이 됐다.
◇LCD와 모니터 높은 인기= 5분 거리의 시내에 들어서 있는 나고야성과 최첨단 도요다 사옥은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나고야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인구 217만명의 일본내 3위권 도시이기도 하다.
이 도시에도 한국 디지털의 힘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LCD와 모니터가 현지 기업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 가전 제품들이 나고야 시내 대형 양판점에 자리잡고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한국산 소프트웨어들이 현지 기업과 관공서에 파고들고 있으며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도요다에 진입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 IT의 위력이 일본 사람들 뇌리에도 서서히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현지에서 만난 일본인 사업가 가토 요시오씨는 “한국 LCD 모니터가 기업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라며 “IT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 제품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LCD·PDP 등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성장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고야시의 중심지 나고야역에 인접한 대형 양판점 빅카메라에도 한국 제품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리버의 MP3플레이어는 애플의 아이포드와 나란히 놓여있었다. 매장 직원은 “소니와 애플이 워낙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아이리버도 10% 정도의 점유율로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W도 ‘한국의 힘’= 일본의 대표적 IT 기업인 소프트뱅크BB는 반(反) 애플·소니 전선 형성을 위한 파트너로 한국의 레인콤과 엠피오를 선택, 이들 업체 MP3플레이어의 현지 유통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LCD TV, 각종 가전 제품들도 일본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일본 시장을 뚫고 있었다. 기업콘텐츠관리(ECM) 전문업체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일본 진출 5년 만에 고객수 100곳을 돌파하며 최근 일본 일본 콘텐츠관리솔루션(CMS)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아이온은 2002년 일본 시장 진출 후 히타치그룹 전 계열사 등 일본 대기업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했다. 이 중에는 관서전력 등 나고야 인근 업체들도 있다. 나고야의 새 관문인 중부국제공항 웹사이트 구축 프로젝트에도 이 회사의 CMS 솔루션이 채택됐다. 포시에스도 일본 기업과 관공서에 웹리포팅 툴을 납품했다.
이러한 성과는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의 나고야 산업계에서 얻은 성과라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일본, 특히 나고야는 일반적으로 한국 IT 기업들이 뚫고 들어가기 힘든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도요다를 끼고 있는 나고야의 대표 사업은 아무래도 자동차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은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하는 특성상 공급 업체들의 승인 과정이 길고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외지 업체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일본의 철옹성 ‘소재’에도 과감한 협력= 나고야의 대표적 산업의 하나인 세라믹 산업도 오랜 전통 속에서 견고한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IT 산업의 약진 과정에서 한국 기업 및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나고야공업대학 재료공학과의 노가미 마사유키 교수는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과 전자소재 및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라 나고야무역관의 김재한 관장은 “최근 국내 업체들의 기술 수준과 인지도가 올라가고 해외 진출에 공을 기울이면서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도요다와 거래를 튼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나고야의 기업들을 연결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활동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일본 속 한국 디지털의 힘은?
한국은 수출이 늘어날수록 대일 무역 적자가 커지는 구조를 보여왔다. 부품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컸기 때문. 그러나 최근 부품소재 분야의 국내 경쟁력 강화와 함께 디지털 분야의 무역 수지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디지털 전자 제품의 일본 수출액은 74억1600만달러(한화 약 7조5000억원)였다. 일본에 대한 수출이 전체 디지털 전자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7% 정도. 반면 지난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135억6000만달러. 올해 11월까지의 누적 수입은 117억달러이다. 지난해 61억4400만달러의 적자를 본 셈이다. 올해 11월까지의 누적 적자는 47억200만달러였다.
일본에 대한 디지털전자 수출은 2002년 53억4900만달러에서 올해 11월 현재 69억8500만달러로 늘어났지만 수입도 함께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도 함께 커졌다. 그러나 2003, 2004년 계속 증가하던 적자폭은 올해 다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산 디스플레이, 비메모리반도체 등 전자부품소재와 산업용전자기기 등 자본재의 수출이 호조이다. 특히 휴대폰·플래시메모리·LCD 등 기술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확보한 제품군의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현지 인터뷰-가토 요시오 사장
“한국 IT 산업의 성장이 놀랍습니다.”
나고야에서 만난 바코드 시스템 업체 SR의 가토 요시오 사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IT 산업 발전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산 LCD 모니터 등이 기업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LCD나 반도체 분야에서 짧은 시간에 일본을 앞지른 한국의 저력이 일본에도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가토 사장은 LCD 모니터 등 IT 제품을 중심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등의 성공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전반적인 인지도도 올라갔다는 평가다. 그러나 기업용 제품이 아닌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에서는 아직 일본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가토 사장은 “한국 제품이 일본 소비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차별적인 장점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반면 가격이 부담없는 수준으로 낮은 것도 아니다”라며 “시장에서의 위치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전자 관련 기업의 경영자로서 그는 한국산 전자 부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가토 사장은 “한국 제품은 확실히 대만이나 중국 제품보다 품질이 낫다”면서도 “그러나 문제는 역시 가격”이라고 말했다. 낮은 가격을 앞세우는 대만이나 중국 전자 부품과 한국 제품을 저울질할 때 한국 제품의 품질 우위가 대만 제품의 가격 우위 앞에 확고한 경쟁력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는 것.
그는 “좋은 품질은 기본이고 고객이 원하는 여러 기능을 통합하면서도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어야한다”며 “도요타의 장점인 ‘가이젠’(개선) 활동을 실천할 것”을 한국 기업들에 권했다.
가토 사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약진, 한류 열풍 등으로 지금 한국 IT의 브랜드 파워는 어느 때보다 높다”며 “이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부분에까지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etnews.co.kr
기사출처: 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