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하루
어제와 다른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간다는 것은 설렘과 걱정을 동시에 느끼는 일이었다. 아침에 처음 앉은 자리가 낯설고 몸에 맞지 않는 다는 것에 새로운 환경에 내가 들어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는 부산한 사람들의 모습이 곧 익숙해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자리에 다시 한번 몸을 마쳐 보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온커뮤니케이션과 인연이 있었던 옛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0년 초반부터 동종 업계에서 일해오던 차라, 제안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같은 프로젝트의 솔루션 벤더로서의 참여가 종종 있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모회사의 제안 프리젠테이션 날의 일이다.
여러 솔루션 밴더의 참여로 구성된 컨소시엄 회사들이 모여 자리에 배석하고, 곧이어 제안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마치 교회의 미사를 보듯 다들 엄숙한 분위기에 숨소리를 고르고 있었다. 이 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의 모습이 모였다. 한 손에는 일수 가방을 차고, 헤어스타일은 단정한 스포츠 머리, 한 여름이라 스포츠 샌들을 신고, 상위는 민 소매의 옷을 입고 이 곳을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여러 사람들이 숨소리까지 참아내며 있던 고요한 이곳이,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때 앉아있던 한 사람이 ‘여기 앉으세요’라는 말을 듣고는 참여회사의 관계자인 것을 애써 이해하려 하고 있었다. 들리는 후문에는 ‘빈 그릇’을 찾아 들어온 배달족인줄 알았다는 우스개 소리가 들리곤 했다.
이런 재미난 기억이 나의 긴장을 조금이나마 덜게 해주었고, 조금 더 회사와 가까워지는 나름의 배경이 되어가고 있었다.
점심때가 가까워져 잠시 자리에 일어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일렬로 늘어선 각 파티션, 그 안에 빽빽이 들어선 검은 머리들, 다를 고개를 숙이며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본 나로서는 현기증이 나고 있었다. 영화에서 본 70,80년대 브라더 미싱을 돌리는 회색 빛 바랜 장면이 떠올랐다. 입사 전 아이온커뮤니케이션의 남다른 발전과 성공에 궁금했던 나로서는 누군가 말을 해 주지 않아도 이해가 될 수 있는 한 대목이었다. 브라더 미싱이 아닌 델 미싱이라고 할까? 열심히 CPU를 돌리고 있는 이들이 있기에
본사에서 제안작업을 하고 있을 때 화장실 문에 발라진 프린트 물이 눈이 들어왔다. ‘아이오닌’이란 단어, 처음에 이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전혀 짐작을 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외계인의 한 종족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속으로 회사에 외계인이 많으면 안 되는 데 라는 생각이 스쳤고, 예전 상가가 말해준 직장에서의 외계인의 정의가 떠올랐다.
하나, 언제 올 줄 모른다(출근을 언제 할지 모른다)
둘, 와서 뭐하는 지 모른다(업무시간에 일은 하는 지?)
셋, 언제 갈지 모른다 (퇴근 시간 전 사라져버린다).
나중에서야 ‘아이오닌’이 우리를 지칭하는 말인지를 알고, 혼자 미소를 지었던 적이 있다.
‘아이오닌’은 내가 아는 외계인과는 전혀 다른 행성의 생명체인 것을 알아가게 되었고, 나도 이 행성의 생명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점차 느끼고 있었다.
벌써 입사를 한지 두 달이 되어간다. 서둘러 일을 처리하고, 간간히 회의로 하고, 안 팎으로 움직이는 이 현장에서 어느 새 책상과 의자가 내 몸에 들어맞아 가고 있다.
시인 마종기 님의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에 나오는 글입니다.
‘뜨겁게 끓던 그 어려운 시대에도 며루치는 곳곳에서 온몸을 던졌다’, ‘남해의 연한 물살, 싱싱하게 헤엄치던 은빛 비늘의 젊은 며루치떼를 생각하자. 드디어 긴 겨울이 지나고 있다.’ 라고 하는 구절처럼 아이오닌을 응원합니다.
모바일 사업3팀 손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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