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토종 SW기업 4곳 구글, 페이스북 부럽지 않다.
‘소프트웨어 혁명’ 시대의 강자. 굴뚝산업시대에 통용되던 경영학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생산성보다 창조성을 강조해야 하며, 통제보다 자율에 힘을 실어야만 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소프트웨어처럼 이들의 기업문화는 마치 꿈꾸는 듯 놀랍다. 놀며 일하는 ‘행복한 프로그래밍’이야말로 국내외 소프트웨어 시장을 석권하는 핵심 가치다. 선도적인 기업문화를 갖춘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을 보자니 구글, 페이스북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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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회사에 캠핑장, 캔맥주 냉장고, 출근시간 맘대로 퇴근은 오후 7시
“젊은 사람이 꿈꾸는 직장이 놀면서도 돈 버는 곳이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를 그런 회사로 만들고 제 자녀까지 오고 싶어 하는 회사로 키울 겁니다.”
오재철(46.사진)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이하 아이온) 대표는 행복한 기업문화를 끊임없이 창조하는 젊은 CEO다. 최근 회사 옥상에 바비큐 파티를 벌일 캠핑장을 만들고, 지하에 캔맥주를 가득 채운 냉장고를 배치했다. 회사 대신 영화관으로 출근하는 ‘무비 데이’를 매달 열고, 맹인 안마사를 채용해 안마를 받으며 잠잘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활동이 꼭 ‘근무시간 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온에서 정해진 규칙은 딱 하나 있다. ‘저녁 7시 퇴근’이다. 출근시간은 마음대로지만 퇴근은 오 대표가 직접 사무실을 돌며 챙긴다. 야근 신청서를 쓰지 않고 회사에 남았다 적발(?)되면 5일 동안 야근으로 계산된다. 만일 팀 전체 근무일수 가운데 10% 이상 야근하면 하루마다 본부장 연봉에서 1만원을 제한다. “직원은 퇴근 눈치를 보지 않고, 관리자가 퇴근을 독려하는 문화를 위해서”가 그 이유다. 3년 이상 근무하면 알아서 ‘방학’이 주어진다. 15일의 유급휴가에 최대 150만원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매년 4억 원을 쓰지만 아끼지 않는다.
오 대표는 경제학도였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애플컴퓨터를 분해하며 놀던 ‘소프트웨어 키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비슷한 연배의 선후배 8명이 모여 회사를 설립했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아이온은 각기 다른 형식의 파일로도 쉽고 빠르게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는 콘텐트 관리시스템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지시할 사람이 없었기에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을 직접 찾았다. 그는 법인 설립 직후 해외(일본)에 판매망을 확보했다. 그 결과 지금은 한국과 일본 시장점유율 1위로 입지를 굳혔다. 또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시장도 넓히며 ‘글로벌 소프트웨어 100대 기업’으로서의 목표도 차근차근 이뤄가고 있다.
결국엔 스스로 행복하게 일한 경험이 성과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체감했던 게 이런 기업문화의 초석이 된 셈이다. 가끔 게으름을 피우는 직원을 보면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이오닌(직원 호칭)은 모두 선하다”고 답했다. 나만큼 직원도 해낼 것이란 ‘믿음’이 묻어나는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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