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대한민국 SW산업, 위기를 기회로
2009년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어렵다.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중소 벤처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 SW산업은 몇 개의 외산 SW기업을 제외하고는 참으로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이렇게 어려운 길을 걸어온 국내 SW산업이 경제가 어려워지니 더욱 어려워졌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어떻게 이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우선 너무 평범한 말이지만 기본이 중요하다. 사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공존한다. 이 위기를 잘 활용하면 기회로 만들고 SW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멋진 토대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기반은 무엇일까. 바로 기본이다.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시장이 가지고 있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다. 국내 SW산업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의 첫 번째 답은 뭐니 뭐니 해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즉, 공급과잉 상태가 국내 SW산업의 불균형과 SW산업의 전체적인 질을 저하시킨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공급과잉 상태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 구체적인 수단은 과감한 M&A와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의 자연스러운 도태일 것이다. 구체적인 수단인 과감한 M&A에는 모두 박수를 보내면서도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의 도태는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는 일이 많다. 변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기준은 무엇이며, 변화하지 못하더라도 좋은 기업은 있을 수 있으므로 찾아서라도 살려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한마디로 기준과 형평성 논란이다. 기준과 형평성이 물론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나, 시장구조를 넘어서는 기준과 형평성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우리 SW산업이 공급과잉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던 적이 있다. 바로 닷컴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2000년도 초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기본을 무시하고 정부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이라는 것을 발행함으로써 공급과잉을 제거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긴 모양이 됐다. 그 결과는 쓰렸다. 국내 SW산업은 무려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급과잉’이 초래한 수많은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 SW 가치는 단순한 인건비의 합으로 평가되는 등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SW산업은 3D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신규 인력수급은 암울하며, 열악한 수익구조는 R&D 투자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하는 현재 상황이다.
현재의 어려움이 1년이 갈지 3년이 갈지 아니면 5년이 갈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난 닷컴버블 붕괴 과정이 준 교훈이며,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상황에서 SW산업을 위한 정부정책은 무엇이어야 할까. 바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시장 감시자와 가이드 역할이다.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에는 학맥, 혈연 등을 이용한 ‘짜고 치기’식 불공정 영업, 국산기술의 자기비하와 외산 기술에의 집착, 대형업체 횡포, 공부하지 않는 고객(클라이언트), 기술 비교 기준 부재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SW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이러한 저해요소를 제거하는 정책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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