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진출 국내SW기업 왜 실패하나 했더니..
유명 대기업만 중시 풍조
브랜드 믿고`묻지마 계약'
시장조사 없이 덩달아 진출
직원들의 잦은 교체도 문제
비즈니스 관행을 이해하라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의 일본진출이 늘고 있지만,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묻지마 진출'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무조건 유명 대기업만을 연결하려고 하거나 전략 수립일체를 관련 기관에 일임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파크도쿄 관계자가 말하는 국내 SW업체들의 실패사례를 소개한다.
국내 업체들은 히타치나 후지쯔 등 대기업과 연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소규모 한국기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렵사리 연결이 되더라도 이렇다 할 결실이 없다. 이와는 달리 역량 있는 일본 중소 IT기업에 눈을 돌리지 않아 어렵게 마련한 파트너 행사가 흐지부지 되는 사례도 많다. 일본진출 성공사례로 꼽히는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가 20년 장기공급 계약한 아시스토는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데이터나 콘텐츠관리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는 업체다.
회사의 규모나 브랜드만 중시한 채 비전문 기업을 선택해 낭패를 보는 `묻지마 계약'도 문제다. 한 보안업체는 일본의 100여년 된 종합상사와의 계약을 위해 기존 보안전문 파트너사와의 계약을 포기했지만, 이 상사가 결국 사업을 원만하게 이끌지 못해 낭패를 봤다. 최악의 경우 엉뚱한 파트너와 장기 독점 총판계약을 체결,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도 심심찮게 있다. 아이파크도쿄 관계자는 "무턱대고 5년 독점 총판 계약을 체결, 대리점이 제대로 시장개척을 못하자 직접 일본 고객을 만나 영업을 하고 대리점에 계약을 물어다주는 황당한 사례가 있었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확한 시장조사 없이 경쟁사에 덩달아 진출하는 사례도 문제다. 일본의 한 IT업계 관계자는 "일본기업들은 SW선택시 미국업체 위주로 검토한 뒤 조건이 안 맞으면 캐나다-이스라엘-대만-자국업체 순으로 조사하고 마지막으로 한국업체를 찾는다"며 "특별한 강점이 없으면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데도 경쟁사가 진출한다거나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는 이유로 자사에 대한 강약점 분석과 전략조차 마련치 않고 진출하려는 사례가 많다"고 꼬집었다. 아이파크에 카탈로그 번역이나 특정 틈새시장 현황조사를 `전적으로 일임(?)'하는 경우도 있다.
지사장이나 직원들을 자주 교체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SW업체는 특정 고객사와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작업을 총괄해온 현지 지사장을 인건비가 많다는 이유로 해고했고 결국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맥과 신의를 중시하는 일본내 관행에 따라 해당기업과 연줄이 있는 지사장이 해고되자 계약이 없던 일이 된 것이다. 게다가 이 회사의 기업윤리가 의심스럽다는 소문이 퍼져 한동안 고전해야 했다. 일본진출이 여의치 않자 현지인 직원 20여명을 일순간에 해고해 원성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비즈니스 소양부족도 심각하다. 한 국내 IT관련 협회의 경우 일본 대기업 IT구매 담당자를 만나는 자리에 약속시간을 한참 지나 점퍼차림의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나타나 해당 기업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한 사례가 있다. 보수적인 일본 비즈니스 관행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명함을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넣거나 드레스코드를 맞추지 않는 사례도 부지기수라는 것. 일본은 사업차 방문시 조그마한 선물을 하는 게 일상적인데 자사 제품을 구매해달라고 방문하면서 빈손으로 가거나 번역도 안된 카탈로그만 잔뜩 들고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대기업 상사의 경우 비즈니스 소양교육이 철저하지만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엔지니어 출신 비중이 커 제대로 된 영업교육을 받지 못해 빚어진 일이다.
무턱대고 유흥가의 클럽으로 관계자를 초대하는 국내식 접대문화를 앞세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회사도 있다. 현지 관계자는 "접대를 앞세우면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게 일본 기업"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실패 사례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아이파크도쿄 측은 "실패사례가 언급될 경우 해당기업이 이를 문제삼을 수 있어 공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성공사례의 반대가 실패사례인 만큼 일본진출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성공사례만 따를게 아니라 실패사례에 대한 분석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조성훈기자@디지털타임스
기사출처: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