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기업들 "가자, 일본으로!" [아이뉴스 24]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다시 눈독을 들이고 나섰다.
일본은 우리나라 전체 시장의 10배에 이르는 거대 시장. 그러나 까다로운 검수절차와 '메이드인 코리아'에 대한 신뢰 부족 등으로 일본에 진출한 국내 SW기업들이 번번히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던 시장이다.
여기에 중국 시장의 급부상으로 국내 기업들의 시선이 중국으로 대거 쏠리면서, 일본은 그동안 '미완의 시장'으로 남아있던 곳이다.
◆활발한 진출, 그리고 높은 철수율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따르면 기업용 SW 업체들은 여전히 활발하게 일본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철수율 또한 해외진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파크도쿄에 따르면, 일본에 진출한 국내 주요 IT기업 122개 중 소프트웨어 기업이 36.1%로 가장 많다. 네트워크 장비, 디지털 기기 분야 기업이 17.2%, MP3플레이어 등 일본 소비자용 디지털 제품 기업이 14.8%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철수율 또한 기업용과 개인용 SW 기업이 각각 24%와 20%로 가장 많았으며 네트워크 장비는 13%, 디지털 기기는 0%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아이파크도쿄의 테츠히로 소장은 지난달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05 일본시장 진출포럼'에서 ▲일본의 비즈니스 문화와 상습관에 대한 이해의 부족 ▲단기 성과에 급급 ▲엄격한 일본의 품질기준 ▲개인적인 채널에 의존한 마케팅 ▲자금과 애프터서비스 부족 ▲IT 기술에 대한 지나친 우월감 등을 국내 기업들의 실패요인으로 꼽은 바 있다.
고다마 테츠히로 소장은 또 "인맥과 재능을 갖춘 일본인 사장을 채용해 성과가 날 때까지 소규모 투자를 계속하며, 최소한 2년 이상의 운전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판매자료와 제품·매뉴얼의 완전한 일본화, 특허권·상표권·저작권 등의 법률에 의한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가자, 일본으로"...끊이지 않는 행렬
이 같은 지적과 실패에도 일본 시장에 대한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다. 무엇보다 우리보다 10배나 큰 시장의 규모와 국내 시장에 비해 높은 라이선스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일본에서 안착을 한다면, 이후 중국과 동남아 등 주변시장으로 진출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한 금융 솔루션 기업의 대표는 "라이선스 수익이 국내 시장보다 최소 3배는 더 올릴 수 있는 곳"이라며 "문제는 그들의 엄청나게 까다로운 검수절차"라고 말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일본시장에 대해 한결같이 꼽는 최대 걸림돌은 바로 이러한 '까다로운 검수절차'다. 특히 제품설계 및 개발과정의 문서화 등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에 이는 치명적인 취약점일 수 밖에 없다. 일본 진출을 위해 일본 기업에 제품을 검수받는 과정에서 "매뉴얼이 5배나 더 두꺼워졌다"는 한 기업의 경험담은 시사하는 바 크다.
지난 12일 IT서비스 전문업체 동부정보기술(대표 김홍기 www.dongbuit.co.kr)은 일본의 IT서비스 아웃소싱 전문업체 트랜스코스모스(TCI)와 제휴를 맺고, 내년 상반기중 일본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동부정보기술은 이 합작법인이 국내 유망 소프트웨어가 일본에 진출하기 위한 창구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이 '제품검수'. 대일본 진출을 위한 제품검수는 일본 TCI가 맡고, 이를 통과하면 마케팅과 영업도 현지 기업인 TCI가 담당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SW기업들의 제품검증 창구인 셈이기도 하다.
건설 전문 ERP업체인 창해소프트(대표 이민남 www.css.co.kr)도 지난 14일 일본의 건설 관련 소프트웨어업체인 교에이산업과 총판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시장에 발을 디뎠다. 창해소프트는 자사 건설 ERP인 'CSS ERP'를 기반으로 '건설버딕시스템'이라는 일본용 ERP를 개발, 교에이산업을 통해 일본 건설업체에 공급한다.
창해소프트는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제품 개발과 파트너 선정 등에 2년여를 투자했다고 밝혔을 만큼, 장기적인 계획과 준비기간을 거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산 ERP의 대명사 영림원(www.ksystem.co.kr)의 권영범 사장도 "일본진출 준비에 3년여를 투자했다"고 할 만큼,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림원은 지난 3월부터 일본에서 진행중인 파일럿 프로젝트가 올해안에 마무리될 예정. 이를 발판으로 내년에는 최소 6개 프로젝트를 일본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권영범 사장은 "일본 협력업체가 10여명의 전담 인력을 꾸려 영림원의 ERP 솔루션에 대한 기술교육을 받고 있다"며 "내년에 일본에서만, 최소 15억원의 라이선스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권 사장은 "일본은 충분한 준비없이 들어가면 반드시 실패할 시장이다. 영림원에 앞서 일본에 들어간 ERP 업체들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준비해 온 만큼 좋은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산 시스템관리SW 및 ITSM 솔루션 전문업체인 엔키아(대표 이선우 www.nkia.co.kr)도 지난 15일 일본진출을 선언했다. 일본 SI업체 YDC디지털과 현지 채널계약을 맺은 것.
이렇듯 일본 시장을 향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발길은 계속되고 있다.
◆아이온, 일본 시장 1위 등극...가능성은 있다
일본으로 향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내세울 만한 성과를 거둔 사례가 거의 드문 상황에서 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승전보를 전해줘 주목된다.
바로 기업용 콘텐츠관리시스템(CMS) 전문업체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대표 오재철 www.i-on.net). 올해로 일본 진출 5년째인 아이온은 올해 고객수 100곳을 돌파하며 일본 CMS 시장 1위에 등극했다.
일본 정보통신 분야 전문 조사기관인 미크경제연구소는 2005년 일본 CMS 시장에서 아이온이 점유율 15.7%로 정상을 차지했다고 밝힌 것. 아이온의 뒤를 이어 2,3위를 기록한 기업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인 마이크로소프트(13.7%)와 IBM(11.7%) 등이다.
CMS 시장에서 글로벌 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인터우븐, 스텔런트, 파일네트 등을 제치고 일본시장에서 최고의 전문업체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소식이다.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가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은 아이온이 처음이다.
지난 2002년 일본 아시스토와 독점 판매대리점 계약 이후 아이온은 히타치그룹 전 계열사뿐만 아니라 소니EMCS·관서전력 등 일본 대기업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 현재 100여개의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일본의 까다로운 검수절차는 혀를 내두를 정도"라며 "이를 끈기있게 버티며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고, 이후 영업과 마케팅은 현지 전문기업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또 "일본에서 국산 소프트웨어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27%까지 시장점유율을 올려 안정적인 선두기업으로 진입, 2010년까지 매출 1억달러를 달성하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아이온의 성공사례는 일본을 향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발길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범기자 / [email protected]
기사출처: 아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