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본이다"...국내 IT산업 일본시장 재도전 열기 [Inews24]
국내 IT 기업들의 일본 진출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잇단 진출과 2000년 들어 가세한 인터넷 기업들의 일본 러시가 대부분 고배를 마신 채 끝났지만 최근 일본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들어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는 기업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국내 IT 산업의 일본진출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일본 시장에서 겪은 쓰디쓴 실패의 교훈이 다시 노하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 시장을 새롭게 보고 성공신화에 도전하고 있는 기업들은 지금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금 일본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기업용 솔루션 기업들의 선전 '눈에 띄네'
일본시장 개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가 소프트웨어다. 특히 그동안 PC 기반의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과 달리 전사적자원관리(ERP)나 콘텐츠관리시스템(CMS) 등 기업용 솔루션 기업들이 잇단 개가를 올려 주목된다.
무엇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했던 온라인게임 분야 마저 게임왕국 일본에 진출한 기업들이 아직은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솔루션 기업들의 개가는 더욱 눈에 띈다.
최근 ERP 전문업체 코인텍은 일본에 5명의 상주인력을 급파했다. 이미 파견돼 있던 5명의 인력을 갑절로 보강한 것이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일본 상주 인력을 4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코인텍은 지난해 7월 미츠이정보개발주식회사(MKI)와 총판 계약을 맺은 이후 올들어 본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섰다. 지금까지 아담넷, 꼬미야 등 일본내 중견기업에 '이글 ERP(일본내 제품명 맥스닷이글'을 공급했고 현재까지 10여개 중견기업에 추가 공급을 협의중이다. 코인텍은 올 연말까지 30여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여기서 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코인텍의 이러한 성과와 가능성은 국내 기업용 솔루션 업체들의 일본 진출 가교역할까지 맡을 정도.
건설분야의 ERP 전문업체인 창해소프트가 일본진출을 위해 코인텍과 제휴를 맺었고, '이글 VC'란 이름으로 코인텍과 광범위한 솔루션 연합을 형성한 국내 솔루션 기업들도 일본 진출의 디딤돌로 삼고자 코인텍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CMS 솔루션 업체인 아이온커뮤니케이션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4월 100억원 규모의 히다찌그룹 통합 웹사이트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했던 것. 미국 유명 CMS 기업들과 경쟁을 거쳐 따낸 성과여서 더욱 빛난다.
로열티 수입만 20억원에 이를 전망인 히다찌 프로젝트에 앞서 아이온커뮤니케이션은 일본 도뀨호텔 프로젝트도 따냈다. 도큐호텔은 일본내에 59개 호텔, 약 1만5천실의 객실을 갖추고 있는 호텔 체인으로 이번에 CMS 도입을 통해 통합 웹사이트 구축에 나선다.
티맥스소프트도 올 3월과 5월, 일본 타이콤증권과 도쿄개별지도학원에 각각 미들웨어와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를 공급하며 미국산 솔루션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타이콤증권의 미들웨어 공급은 일본 증권업계에 첫발을 디딘 한국산 미들웨어다.
이들 기업들의 일본내 선전은 국내 기업용 솔루션 업체들이 일본시장을 주목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ERP 업체인 영림원과 소프트파워가 올 하반기부터 일본 시장 공략 채비에 들어갔고,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업체인 사이버다임도 지난 6월 일본 히다찌정보통신과 판매계약을 체결, 일본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지난 97년 일본 아마다그룹에 그룹웨어를 공급하며 국내 SW의 일본 진출 신호탄을 쏘아올렸던 핸디소프트도 이후 부진을 씻고 지난 6월 히다지소프트와 채널 계약을 맺었다. 이번에는 미국 시장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BPM 솔루션을 앞세웠다.
일본은 지금 초고속 인터넷 '붐'
2001년 일본의 전자정부 사업이라 할 'e재팬' 사업의 시작과 함께 꿈틀대기 시작한 초고속 인터넷 시장도 국내 기업들이 일본을 다시 보게 만든 계기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 장비업체들이 주역들.
2001년에 일본 소프트뱅크BB를 통해 일본에 ADSL 장비를 공급하면서 한 해 매출이 2천억원을 넘어선 바 있던 코어세스는 이후 주춤했지만 최근 소프트뱅크BB와 향후 5년간 총 1천500만달러 상당의 ADSL장비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 공략의 고삐를 다시 죄었다.
올해 전체 매출 1천300억원 가운데 60% 이상을 해외에서 달성한다는 계획도 일본 시장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다.
1분기 일본 시장에서 3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다산네트워크도 주력장비인 스위치와 VDSL 장비군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다산네트워크는 올해 일본 시장에서 1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현지 초고속 인터넷 기술추이에 맞춰 적극적인 제품 대응을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기가링크는 최근 일본의 대규모 아파트, 호텔 등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져코뮤니케이션에 2만포트, 약 30억원 상당의 18Mbps급 VDSL 장비를 네트워크 전문 솔루션 업체인 소리톤 시스템즈를 통해 납품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의 초고속 인터넷(ADSL) 가입자수는 서비스 개시 1년6개월만인 3월말 현재 70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33.7%인 236만명을 소프트뱅크BB사가 확보하고 있으며 NTT 동일본 사업자가 20.4%, NTT 서일본 사업자가 16.1%를 각각 점유하고 있다.
일본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2005년까지 약 3천만 가입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초고속 인터넷 사용자의 확산은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에게도 눈길을 끄는 점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비디오게임 사용자가 절대적이었다. 이 때문에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일본 진출이 일본에서 눈길을 끌지 못한 이유다.하지만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되면서 온라인 게임시장도 동반 성장의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왜 일본에 주목하는가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 시장 규모가 일본을 주목하게 만든다. 시장 규모에 있어 일본보다 크지만 위험부담이 큰 중국이나,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에 비해 시장 가능성이 높다.
또한 IT분야에서만큼은 결코 우리가 일본보다 뒤지지 않는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점도 도전 의지를 불태울 만 하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낮고, 교육이나 유지보수 비용부담에 대한 개념이 우리보다 앞서 있어 수익성이 높다는 점도 일본을 주목하게 만든다.
특히 2001년부터 시작된 'e재팬' 사업이나 초고속 인터넷 확산 붐도 일본에 앞서 경험한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온다. 10년 가까운 경기침체로 우리나라 솔루션이나 제품들이 더 높은 가격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으로 꼽힌다.
일본 진출 '수업료'가 필요하다
기회가 많고 성공가능성이 높은 것 만큼이나 실패할 가능성 또한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더 많았다는 과거의 경험이 이를 잘 말해준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온라인 게임업체들도 일본에서는 아직 맥을 못추고 있다. 엔씨소프트나 넥센, NHN 등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한글과컴퓨터, 나모인터랙티브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일본 진출 2~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힘겨운 상황이다.
그만큼 섣불리 덤벼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시장이 결코 아니라는 반증이다. 최근 성과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도 모두 1~2년의 힘겨운 현지 적응기간을 거쳐 비로소 올들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는 경우다. 코인텍이나 아이온, 티맥스 모두 2000년, 2001년부터 일본 시장의 터를 닦아왔다.
핸디소프트는 97년 진출 당시 반짝했다 이후 변변한 성과를 못내고 미국 시장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세중나모인터랙티브도 2001년 선정한 총판을 갈아치우고 지난 7월 4일 새로운 총판을 선정, 일본 진출 재기에 나섰다.
섣불리 도전했다 낭패를 봤던 기업이나 1~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제서야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한 기업들 모두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이 제품의 완성도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인텍의 안연순 상무는 "판매계약 얘기가 나온 후 일본측 파트너가 우리 제품의 테스트를 거쳐 최종 계약을 맺기까지 약 8개월이 걸렸다. 제품을 테스트하면서 그들이 보낸 질문서를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한다.
최근 일본의 유명 종합상사와 MOU를 체결한 오피스 SW 업체 테크다임도 일본 파트너의 최종 오케이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1부터 100까지 가능한 제품이라고 하면 진짜로 1부터 100까지 다 테스트해 보는게 일본 기업들"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
이 때문에 보통 일본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의 일본어 매뉴얼은 한글 매뉴얼에 비해 3~4배는 더 두꺼운 것이 기본이다.
제품 테스트에서 점수를 얻지 못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이후 일본 시장에 다시 발붙이기 힘들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하지만 이러한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한번 쌓인 신뢰는 이후 가장 든든한 시장 진출의 밑천이 된다는 점도 한결 같은 분석이다.
또한 일본 역시 자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나 애정이 강한 만큼 섣불리 한국산 제품을 앞세우지 말것도 강조한다. 국내 솔루션의 일본내 제품명이 대부분 일본 시장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배경이다.
시장 영향력을 감안한 파트너 선정도 빼놓을 수 없는 사항이다. 일본도 인적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한 사회라는 얘기다.
김상범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