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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회사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전자신문]
2013. 07. 18 -
SW회사는 고객의 믿음을 먹고 산다.
IT업계에 오래 몸 담고 있었던 분들에게 요즘 들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SW회사는 무얼 먹고 사는가’다. 대부분 답변은 ‘SW 판매(라이선스 공급)나 인력 공급 및 그 대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답은 반만 맞는 이야기다. 실제로 ‘SW회사는 제품 라이선스, 유지보수, 교육, 컨설팅으로 먹고 산다’는 말이 더욱 맞는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와 SW를 비교해보면 그 이유가 명백해진다.
자동차는 고객이 제품을 구입한 순간부터 운용하기 위해서 기름을 넣거나(운영), 차량이 메이커의 실수로 고장이 나면 정해진 기간에 보증(하자보수)을 받게 되고, 하자보수 기간이 끝나면 자비로 정비(유지보수)를 하게 되고 새로운 차량이 나오면 차량을 신규 구입(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부품을 구입하여 장착(커스터마이징)하고, 새로운 사람이 이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서 학원을 다니거나(교육), 더 잘 활용하기 원한다면 특별한 교육이나 프로그램(컨설팅)을 이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자동차 제조업체 및 자동차 관련 산업이 올리는 매출과 수입은 단순한 제품판매뿐 아니라 정비·정유·부품·교육·컨설팅·편의용품·튜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산업이 선순환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산업과 우리나라 SW업계의 현실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이를 위해 지난 4월 28일 전자신문이 조사한 SW기업 인식도 설문조사를 자동차 산업에 적용해 보자.
‘50% 이상의 자동차 기업이 권장 소비자가의 70% 미만만 받고 있으며, 소비자 입장에서의 무조건적인 디스카운트 또는 서비스 요구가 50%를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모든 튜닝을 자동차 회사가 책임지고 보증기간이 끝난 차량도 무료정비를 해주어야 하며, 가끔 있는 정상적 정비비용 역시 비현실적이어서 정상적인 정비공장 운영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현실이 이러하다면 아무리 멋진 자동차를 만들고 서비스 마인드가 충만한 기업이라도 국내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외국에 나가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가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은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발전일로에 있어 희망적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대한민국 SW산업의 현실이 바로 위에 언급한 비참한 상황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SW기업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신규 라이선스 판매, 유지보수, 교육, 컨설팅 중 유일하게 망하지 않는 방법은 ‘신규 라이선스 판매’다. 이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 업체 간 과당경쟁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문제의 시발점은 고객이 아니라 SW기업에 있다. 고객과의 약속을 모두 지킨 SW기업은 얼마나 되는가. 자의든 타의든 간에 SW기업에 속았다고 생각하는 고객은 가격이나 유지보수 정책을 곱지 않게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외국이나 대기업은 우리보다 낫겠지라는 생각에서 외산SW나 대기업 SI업체를 선호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산업과 SW산업의 상황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차이는 고객의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산업은 고객의 믿음을 얻고 있는 반면, SW산업은 고객의 믿음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필자의 회사는 2002년 일본기업에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하여 근래에 들어서는 눈에 보일 만큼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수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일본 고객이 SW기업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믿음이 신규 라이선스와 별도로 유지보수 비용 1년치를 선지불하게 하고, 높은 비용의 교육과 컨설팅을 유료로 받는 것에 대한 부담을 없애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객의 믿음을 얻는 것이야 말로 악순환의 고리를 탈출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대한민국의 SW산업이 고객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SW기업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고객을 보호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또 이는 다른 SW기업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지 감시하는 것, 나아가 다른 SW기업으로 인해 믿음을 잃은 고객을 보호하는 고객보호공제조합과 같은 장치적인 방법을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 후에야 고객이 모든 것을 이해해 주고 “이제부터 너를 믿어보마”라고 말해 주기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손을 벌리는 것 같아 정부에는 참으로 미안한 이야기지만, SW기업이 고객의 믿음을 얻을 수 있도록 모멘텀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큰 역할이 정부에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mail protected]기사출처: http://www.i-on.net/company/press_room/1175385_8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