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포츠
F1레이싱의 전설 황제 미하헬 슈마허가 고속으로 돌때 느끼는 횡중력 가속도는 얼마나 짜릿하고 대단한 느낌일까? 또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공을 한손으로 들고 덩크를 하기 위해서 하늘에 떠 있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느낌일까?
아마도 위와 같은 경험을 꿈꿔본 사람들은 많겠지만 실제로 경험해본 사람은 슈마허나 조던 본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을 기반으로 아이디어가 현실을 앞서 나가는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처음 언급한 다보스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증기기관 발명(산업혁명 1차), 대량 생산과 자동화(에너지 중심 2차), IT와 산업의 결합(정보통신 중심 3차)과 같은 특정한 핵심기술보다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기술,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과 같은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기술을 아우른다.
4차 산업혁명은 위에 언급한 기술이 각 산업별로 지금까지 쌓아왔던 데이타와 지식과 결합하는 융합과정을 통하여 파괴적일만큼 큰 혁신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스포츠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오히려 매우 특별하다.
| 스포츠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목표
스포츠의 본질은 무엇일까? 왜 인간들은 스포츠에 열광하며, 왜 그것을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며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일까?
“잘하고 싶다. 이기고 싶다"
스포츠의 본질은 바로 인간의 욕망이다. 이러한 스포츠의 본질과 기술과의 만남(스포츠 4차 산업혁명)은 환상적인 결합이다. 기술이 인간의 욕망인 “잘하고 싶다"를 더 잘하게 만들어주고, “이기고 싶다"를 이루어준다. 이보다 강력한 동기부여는 다른 산업에서 찾기 힘들다.
더욱이 스포츠 산업혁명은 다른 산업과 달리 대한민국 국민 뿐 아니라 전세계인이 대상이다. 스포츠는 대부분 세계적으로 단일 규칙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에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와 기술은 하나의 국가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산업으로 보자면 융합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지구촌을 대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스포츠 4차 산업혁명은 세계적인 트랜드에도 매우 적합하다. 전세계적으로 1인 가구와 욜로(YOLO)족이 증가하고 ‘엑티브 에이징(Active Aging)’이라는 말이 생겨나는 21세기 현대인들의 활동 패턴,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수용능력을 생각한다면 스포츠와 기술의 만남을 통한 스포츠 4차산업혁명은 빅뱅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 4차 산업혁명의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글쓴이는 “국민 개개인이 더 많이 운동하고 더 많이 관람하며 더 많이 스포츠를 소비하는 환경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스포츠 산업의 고속 성장, 스포츠 분야 고용창출, 건강과 국민 복지 향 , 사회적인 통합”등과 같은 산업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 스포츠 4차 산업혁명과 스포츠 용품
스포츠용품은 스포츠의 본질인 “잘 하고 싶다. 이기고 싶다"라는 것을 대변하는 산업이다. 더 고성능의 장비에 투자하고 유명 선수가 사용하는 브랜들에 로열티를 가지는 이유다.
스포츠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스포츠 용품 생산방법은 대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량생산 방식의 공장에서 벗어나 3D프린팅,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경기력 향상을 위한 개인맞춤 또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신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림] 독일 아디다스사의 스마트 팩토리에서 개인화된 신발 밑창을 만들고 있다. 5주가 걸리는 개인화된 맞춤 신발을 95%이상 자동화된 기계로 5시간만에 만드는 공장이다. 세계 곳곳에 지어 물류와 재고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지출처 : adidas)
스포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스포츠 용품은 IoT 기술을 응용한 웨어러블 제품들이 이슈의 중심에 있다. 연매출 약 6조원의 언더아머사는 스마트 신발·스마트 잠옷 등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스포츠용품을 시장에 출시하며 “언더아머를 디지털 회사로 키우겠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삼성과 애플”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프로선수들의 스포츠 용품의 변화는 더욱 눈부시다.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의 강타자 마이크 트라우트(26) 등이 사용하는 스마트 배트는 스윙의 속도·궤적·각도 등을 손쉽게 분석할 수 있는 장비다. 배드민턴, 테니스, 골프채 등에 사용하는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분석장비를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림] 스프링캠프에서 스마트배트를 통하여 스윙을 분석하는 마이크 트라우트 (이미지출처 : Mashable 기사 화면)
| 스포츠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
스포츠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결합은 빅데이터이다. 이미 경기에서 빅데이터 활용은 필수이다. 이기고 싶다라는 욕망을 “과거의 데이타를 분석해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올라간다"라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대표팀은 선수들의 컨디션, 경기장의 종류, 선수의 움직임, 기후와의 관계 등을 분석했다고 하여 화재가 된 바 있다. 격투기는 빅데이터를 통해 선수별 특징과 클래스를 분류하기도 하고 테니스의 경우에는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우승자를 예측하는데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MLB) 뉴욕 메츠는 선수의 기록뿐 아니라, 이러한 기술을 관중에 적용하기도 했다. 팬들의 소셜미디어 참여와 모바일 활동, 이메일 경로 등을 분석해 행동 패턴과 소비 성향, 선호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남녀노소 연령대에 맞는 맞춤형 프로모션을 개발하고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20% 이상의 스폰서십 추가 수익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스포츠 빅데이터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분야는 기록 경기의 현장이다. 자동차 경주와 경정, 경마 등 촌각을 다투는 경기일수록 축적된 기록 데이터를 통해 장비의 이상 부위를 미리 예상하고 실시간 대응을 통해 기록을 얼마나 단축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경주자동차의 정비 여부는 더 이상 정비사가 결정하지 않는다. 데이터 분석가는 실시간으로 이탈리아에서 데이터를 보고,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비 여부를 결정한다. (출처 : Cisco)
| 스포츠 4차 산업혁명과 스포츠 경기
혹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겉으로 보기에 굉장히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경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100%정확하게 판결을 내리는 것을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멋지게 포장한 말에 불과한 말이다.
따라서 선수보다 심판이 더 많은 경기가 수두룩 하다. 그 중에서도 테니스는 매우 극단적이다. 선수 두명에 주심 1명, 9명의 선심이 경기에 배치된다.
[그림] 총 10명의 심판이 배치되던 기존의 테니스 경기와 다르게 이태리 ATP 대회에는 주심 1명과 호크아이(카메라기반) 6대가 심판을 맡는다. (이미지출처 : ATP world tour 홈페이지)
이러한 영상기반의 판결 기술은 테니스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축구, 야구, 농구, 배드민턴,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에 정확한 판결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스포츠경기 중 판결에만 이러한 기술이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TV, 인터넷 등을 통하여 팬들이 시청하는 중계에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전달하기 위하여 새로운 기술들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6년부터 미프로야구(MLB)는 미사일 추적 기술 및 영상 처리 기술을 복합적으로 응용하는 스탯캐스트를 개발하여 MLB중계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광고료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림] MLB에서 활용하고 있는 스텟케스트(StatCast). 공의 궤적뿐 아니라 주자의 반응속도 타자의 달리기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중계화면에 표시하여 시청자들을 더욱 즐겁게 한다. (이미지출처 : MLB.com)
| 스포츠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스포츠인의 자세
겉으로 볼때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IT기술처럼 보인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기술,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보거나 약자라도 외우지 못하면 무엇인가 잘못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IT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각 산업별로 쌓아놓은 데이타와 지식이 그 핵심이다. IT기술은 데이타와 지식 그리고 경험과 융합되는 것에 의미가 있지 기술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포츠산업계가 끌려가서는 안된다. 스포츠 산업계는 오히려 IT로 무장한 기술업계보다 더 빨리 변화하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 시도하여야 한다. 따라서 스포츠인은 4차산업혁명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 등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언더아머나 나이키사의 변화, 뉴욕메츠의 변화, 독일축구팀의 변화는 바로 팬과 시청자 그리고 국민으로 대변될 수 있는 사회적인 요구에 귀 기울인 결과물들이다.
사회적인 요구를 식별하였다면 스포츠 산업 내에 있는 보수적인 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고, 각 스포츠 산업별로 IT기술을 최대한 빨리 도입하는 시도를 통하여 산업내의 데이타와 지식, 경험을 내재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글 ㅣ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오재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