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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에 오르다.
2013. 07. 01 -
필자는 대학시절 산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으로 인해, 한동안 산 타는 것을 금기하였던 시기가 있었다. 비교적 높은 산은 아니지만, 체력 안배의 실패로 산에서 길을 잃었던적이 있어. 그 이후로는 산을 찾지 않았었는데, 특별한 경험을 한 이후로는 산에 대한 거부감을 가볍게 버릴수 있었다.
흔히들 등산이라고 하면, 특정인들이 즐기는 취미생활로만 여기고 있는데...
단순한 취미생활로서의 등산이 아니라, "태백산" 이라는 것이 줄 수 있는 독특한 즐거움을 조금은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태백산 눈꽃 촬영을 위한 등산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태백산…
단어에서 오는 어감 때문일까?많은 사람들은 이 산을 굉장히 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 백두대간의 태백산 등산코스는 어린아이가 동행이 가능할 정도로 가파르지 않은 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상에 제약이 심한 곳이라, 실제로 어린아이가 등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상이 높다보니 겨울 산행에서는 매서운 강추위를 만날 수도 있는데, 먼저 등산 전에는 반드시 기상에 대한 정보가 미리 확인되어야 할 것 같다.
태백산 은 해발 1500m 정도의 높이로, 경사가 완만하고, 산세가 빼어나진 않지만, 웅장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태백의 천제단으로 오르기 위한 여러 등산코스 중에서 그 등산로가 가장 짧다는 “유일사매표소입구” 행이 있는데, 유일사매표소입구에서 천제단까지의 거리는 대략 8Km 로 이동시간은 2시간에서 2시간 30분정도가 걸린다. 지상과 정상간의 온도차는 최대 -10도, 바람이 거칠게 불 경우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 춥다.두꺼운 옷을 껴입어 방한에 대비한다고 하지만, 두꺼운 옷은 이동을 둔하게 하므로,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입어서 방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헤드렌턴을 켜고, 서서히 등산을 시작한다. 입구부터 쌓인 눈길 때문에 뽀드득 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가는 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칠흑 같은 어둠 안에서 렌턴 불빛에 의존한 채 한걸음 한걸음 산으로 오른다.
대략 한시간을 올랐을 무렵. 두평 남짓한 구조물이 보인다. 그 앞에는 벤치 두개가 늘어서 있고, 잠시 쉬어가는 등산객들을 잠시 만날 수 있다. 능선 중간에 만들어진 장소다보니, 바람이 세차다. 구조물 뒤에 숨에서 바람을 피하면서 앞으로 오를 코스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기도 하고, 느슨해진 등반장비를 조여메고 단도리한다. 대부분 이쯤에서 아이젠을 착용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살짝 얼어버린 눈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젠 없이 겨울 산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점점 바닥의 하얀 눈이 더 높게 쌓여만 간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눈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 붙어있기 전에 얼어서 다음 눈이 내려 그 가지에 쌓이면, 점점 불어난 눈꽃이 이내 장관을 이룬다.
그것을 구경하기 위해서 많은 등산객들이 그 산에 오르는데, 나의 경우는 사진장비 때문에 좀 더 많은 짐을 싣고 오른다. 트라이포드, 렌즈2개, 바디 2개, 각종 액세서리 등…
이렇게 8kg 정도의 가방이 이쯤 올라왔을 때는 그 이상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호흡도 점점 짧아지면서 몽롱해지는 머릿속에서는 왜 이 산을 올라야 하는지 답하지 않지만, 발은 그냥 충직하게 한걸음한걸음 나갈 뿐이다.
하늘은 조금씩 여명으로 붉게 물들어간다. 하얀 눈꽃 위에 붉은 빛 기운이 돌면서… 조금씩 세상이 바뀌어간다.
해가 오른다.
천제단 정상에 올랐을 무렵.
먼 구름바다 끝에 노란 태양이 솟아 오르고 있었다.
가까운 눈앞에서는 하얀 눈꽃이 맺힌 나무들과 그 뒤로는 운해 그 뒤로는 태양이 떠오르는 이 광경을 맞이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심장이 간질간질하고, 몽롱한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붉게 물들어가는 설화…
폭포수 같이 쏟아져 내리는 운해…
매섭고 차가운 혹한의 바람과 반대로 뜨겁게 벅차 오르는 가슴.한동안 멍하니, 떠오르는 태양을 주시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셔터를 누른다.
셔터박스가 얼지 않도록, 다시 품에 품었다가 다시 카메라를 꺼내든다.
새벽 녁에는 조광이 밝지 않으므로,반드시 트라이포드(삼각대)를 세워서 촬영한다.
매서운 찬바람이 배터리를 얼려버리므로, 예비 배터리를 옷 속에 품으며 교체해가면서 사진을 담는다.여명의 붉은 기운을 받은 설화의 모습, 운해위로 강하게 솟아 오르는 태양,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아래 눈이 시리게 깨끗한 설화. 정상에 오르기 전에 화려하게 펼쳐진 주목군락.
이 모든 피사체가 주는 아름다움은 셔터를 멈추게 하지 않는다.한동안 흠뻑 빠져든 설경에 벌써 해는 머리 위에 오르고, 비로소 어느 정도 찬 메모리와 바닥까진 소진된 배터리가 하산을 재촉한다.
밤샘 운전과 한 시간의 새우잠, 8Kg의 무게를 진 8Km의 등반, 영하 -15도 이하의 매서운 강추위 끝에 얻어진 장관 중에 장관.
피곤한 몸이지만, 내려오는 그 순간순간 머릿속에서는 그 기억이 흥분을 잠재우지 못한다.하산하고 다시 매표소 입구에 다다를 무렵…
어릴 적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올 때 처음 나는 그 냄새가 난다…누가 그러던가?
여행은 더러워진 정신의 때를 벗는 목욕과 같다고…
좀 더 깨끗하고.. 좀 더 가벼워진 그 마음을 누구에게 보여줄 순 없지만, 태백이 주었던 마음속의 정제 되는 느낌을 이젠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내년 이 맘이 오면, 8Kg의 목욕도구를 챙기고 또 오를 것이다..한 해 동안에 묵은 마음의 때를 벗기 위해서…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WCM사업팀 (윤경식과장) choonzang.i-on.net